엔터프라이즈 컴퓨팅 환경에서 자동화는 나름 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잡 스케줄러, 배치 프로그램 그리고 RPA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단순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습니다. 이러한 자동화의 진화는 2025년 현재 AI 에이전트로 그 방향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IT 운영, 보안 운영 그리고 현업 사용자의 업무까지 워크플로우 자동화는 기숭전 ‘AI 에이전트’로 귀결되는 분위기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워크플로우 자동화를 위해 구글 클라우드는 어떤 제안을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워크플로우 자동화 패러다임의 전환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간단히 전통적인 방식과 AI 에이전트 기반 워크플로우 자동화의 차이를 간단히 짚어 보겠습니다. 워크플로우 자동화를 상징하던 대표 주자인 RPA은 규칙과 순서가 고정된 절차를 빠짐없이 실행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RPA 봇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수준에서 작동하며 데이터 입력, 파일 이동처럼 명확하게 정의된 규칙을 따릅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RPA는 예측 가능하고 구조화된 대량의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데 강력합니다. 하지만 RPA의 강점은 동시에 명확한 한계를 지닙니다. RPA 시스템은 프로세스가 조금이라도 변경되면 쉽게 작동을 멈추는 취약성을 가집니다. 또한, RPA는 스프레드시트나 데이터베이스처럼 잘 정리된 정형 데이터에 최적화되어 있지만, 오늘날 기업 데이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메일, PDF 문서, 이미지 같은 ‘비정형 데이터’는 처리하지 못합니다.
AI 에이전트는 RPA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단순히 인간의 작업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 언어 모델(LLM)을 활용해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행동합니다. AI 에이전트의 핵심은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을 추론하며,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세운 뒤, 필요한 행동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입니다. AI 에이전트는 고정된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데이터를 처리하고 경험을 쌓으면서 지속적으로 성능을 개선하며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합니다. 무엇보다 AI 에이전트의 가장 강력한 능력은 비정형 데이터 처리입니다. 자연어 처리(NLP), 컴퓨터 비전 등을 통해 AI 에이전트는 이메일 내용을 이해하고, 스캔된 계약서에서 핵심 조항을 추출하며, 고객 감정이 담긴 게시물을 분석하는 등 기업 내에 잠자고 있던 비정형 데이터를 실행 가능한 통찰력으로 바꿉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AI 에이전트는 기존 자동화 도구를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란 것입니다. AI 에이전트에게 전통적인 자동화 솔루션은 도구처럼 활용될 것입니다. 상호 보완적인 관계 속에서 지능형 워크플로우 자동화의 시대를 함께 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멀티 AI 에이전트 시스템의 협업 설계
이제 본론으로 돌아와 구글 클라우드 환경에서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워크플로우 자동화 구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진정한 지능형 자동화는 각기 다른 전문성을 가진 여러 AI 에이전트가 협력하는 멀티 AI 에이전트 플랫폼을 통해 구현됩니다. 구글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ADK(Agent Development Kit)를 활용해 다음 같은 세 가지 패턴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순차 패턴(Sequential Pattern)입니다. 가장 기본적이고 직관적인 워크플로우로 마치 공장의 조립 라인처럼 작동합니다. 여러 하위 AI 에이전트가 미리 정해진 순서에 따라 하나씩 작업을 실행합니다. 한 AI 에이전트의 작업 결과물이 다음 AI 에이전트의 입력이 되어 데이터와 지시가 다음 단계로 흘러가는 구조입니다. ‘데이터 수집 → 정제 → 분석 → 보고서 생성’처럼 각 단계가 명확한 선후 관계를 가지는 구조화된 작업에 이상적이며 디버깅이 쉽고 결과를 예측하기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병렬 패턴(Parallel Pattern)’입니다. 이는 관리자가 여러 팀원에게 동시에 업무를 지시하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조정자 역할을 하는 AI 에이전트가 하나의 큰 작업을 여러 개의 독립적인 하위 작업으로 나눈 다음 이를 다수의 전문 AI 에이전트에게 실행하도록 지시합니다. 각 AI 에이전트가 독립적으로 작업을 완료하면 조정자 기능을 하는 AI 에이전트는 그 결과들을 모아 최종 결과물을 만듭니다. 여러 독립적인 API에서 동시에 데이터를 가져오거나, 하나의 주제에 대해 여러 AI 에이전트가 각기 다른 소스를 동시에 검색하는 상황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세 번째는 루프 패턴(Loop Pattern)입니다. 이는 개발자가 코드가 완벽하게 작동할 때까지 계속해서 디버깅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 패턴에서는 특정 작업 또는 일련의 작업들을 정해진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계속 반복 실행합니다. 이 패턴은 반복적 개선이 필요한 작업에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작성자 역할을 맡은 AI 에이전트가 초안을 만들면 평가를 담당하는 AI 에이전트가 품질을 검토하고 피드백을 줍니다. 작성자 AI 에이전트는 이 피드백을 바탕으로 초안을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런 방식은 높은 품질 결과물이 필요한 복잡하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에 적합합니다.
AI 에이전트 간의 소통 방식
아무리 정교하게 워크플로우를 설계했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AI 에이전트들이 효과적으로 정보를 교환하지 못하면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할 수 없습니다. 성공적인 멀티 AI 에이전트 시스템은 AI 에이전트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소통 규약으로 완성됩니다.
가장 근본적인 방식은 공유 세션 상태(Shared Session State)입니다. 팀원들이 회의실의 ‘공유 화이트보드’에 아이디어를 적고 공유하듯이 모든 AI 에이전트가 접근할 수 있는 공유 메모리 공간에 한 AI 에이전트가 작업 결과를 기록하면 다음 순서의 AI 에이전트가 그 내용을 읽어 작업을 이어가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AI 에이전트 간 관계가 매우 긴밀하고 상호 의존적인, 즉 강하게 결합된 시스템을 만들며 순차 워크플로우와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다음은 LLM 기반 위임(LLM-driven Delegation)입니다. CEO 역할을 하는 조정자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복잡한 요청을 받으면 LLM의 강력한 추론 능력을 활용하여 요청의 의미와 맥락을 깊이 분석합니다. 그리고 해당 업무를 가장 잘 처리할 수 있는 전문가, 즉 하위 AI 에이전트에게 실시간으로 작업을 동적으로 위임합니다. 예를 들어 “파리 여행 계획을 짜줘”라는 요청을 항공 AI 에이전트, 호텔 AI 에이전트 등에게 정확히 전달합니다. 이는 미리 정해진 규칙이 아니라 실시간 판단에 기반한 지능적인 위임입니다.
마지막은 명시적 호출(Explicit Invocation) 또는 도구로서의 에이전트(Agent as a Tool) 방식입니다. 가장 유연하고 모듈화된 소통 방식으로 필요할 때만 호출해서 사용하는 외부 전문가나 전문 도구처럼 활용합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는 메인 AI 에이전트가 복잡한 수학 계산이 필요할 때마다 계산기 AI 에이전트를 도구처럼 호출하여 결과값만 받고 분석 작업을 계속 이어가는 식입니다. 이 방식은 호출하는 AI 에이전트와 호출되는 AI 에이전트가 서로의 내부 구조를 알 필요가 없는 약하게 결합된 관계를 만듭니다.
무엇을 사용할 것인가?
그렇다면 워크플로우를 자동화를 위해 어떤 기준을 세워야 할까요? 명확한 기준이 있습니다. 규제, 재무, 청구, 데이터 적재처럼 변경이 드물고 표준화된 절차는 전통적인 워크플로우(Workflows)로 설계하여 RPA나 배치 프로그램 같은 도구로 실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작업은 재현성과 감사 추적이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고 맥락에 의존하는 지적 과제는 ADK와 같은 프레임워크를 활용한 멀티 AI 에이전트 시스템이 적합합니다. 고객의 복잡한 질문 의도를 해석하거나, 문서를 요약하고, 정책을 판단하는 작업이 이에 해당합니다.
물론 가장 합리적인 접근 방식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둘을 혼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자동화 도구로 데이터 유효성을 먼저 검증하고 이후 ADK로 구현한 AI 에이전트가 데이터를 다각도로 분석하며, 마지막으로 다시 워크플로우가 분석 결과를 후속 시스템에 전송하고 기록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현재 다양한 자동화 도구를 사용하고 있고 앞으로 멀티 AI 에이전트와 연계해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면 메가존소프트가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