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소통하는 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텍스트를 입력해 답변을 받는 것에 놀라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글자, 이미지, 소리, 영상 정보까지 활용해 소통하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바야흐로 ‘멀티모달(Multimodal) 시대’의 문을 활짝 열렸습니다. 사람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주변 상황을 자연스럽게 파악하듯이 멀티모달 AI는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한데 묶어 복잡한 맥락을 이해합니다. 멀티모달 시대를 이끄는 대표 주자가 구글의 Gemini입니다. 2.5 버전의 등장과 함께 사용자가 놀랄 수준의 멀티모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Gemini를 예로 멀티모달의 개념을 알아보고 이를 기업 환경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지 소개하겠습니다.
멀티모달 AI란?
기존 AI와 멀티모달 AI의 가장 큰 차이는 정보를 다루는 방식과 범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거대 언어 모델 기반 AI는 텍스트라는 한 가지 종류의 데이터를 다루는 데 특화되었습니다. 번역이나 요약처럼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은 뛰어났지만 텍스트 너머의 실제 세상의 맥락까지 파악하지 못합니다.
멀티모달 AI는 처음부터 글자, 이미지, 소리 등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하나의 모델 안에서 한꺼번에 처리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이미지를 이해하는 모델, 소리를 알아듣는 모델을 각각 따로 거쳐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야 했지만 Gemini 같은 최신 AI는 그럴 필요 없이 모든 정보를 직접 받아들여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사림이 흐린 하늘, 높은 습도 등을 종합해 ‘비가 오겠구나’라고 판단하듯이 멀티모달 AI는 여러 정보를 연결해 상황과 맥락을 파악해 결과를 내놓습니다.
멀티모달 AI를 선호하는 이유
AI 서비스 사용자들이 멀티모달 AI에 더 끌리는 이유는 기술 때문만이 아닙니다. 바로 AI와 소통하는 경험이 더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사람 사이의 소통은 말, 표정, 몸짓이 어우러진 멀티모달 방식입니다. 멀티모달 AI는 카메라로 보고, 마이크로 들으며 사람의 소통 방식을 따라 합니다. 예를 들어 고장 난 제품을 말로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영상으로 보여주기만 하면, AI가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줄 수 있습니다.
이처럼 더 편리하고 인간적인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의 요구는 AI 서비스 분야의 빠른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입니다. 소매, 의료, 자동차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멀티모달 AI 도입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Gemini의 놀라운 기억력
AI 모델이 한 번에 기억하고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을 ‘컨텍스트 창(Context Window)’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AI의 작업 기억 공간 같은 개념으로 토큰(Token)이라는 기본 단위로 그 크기를 잽니다. 토큰은 보통 한두 음절의 단어나 글자 일부를 의미합니다. 과거의 AI 모델들은 이 컨텍스트 창이 작아서 긴 대화를 나누거나 두꺼운 문서를 읽을 때 앞부분의 내용을 쉽게 잊어버리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Gemini 모델은 이러한 기억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을 보여주었습니다. 기존 모델들이 기껏해야 수만 토큰을 처리했던 것과 달리 Gemini는 1.5 Pro가 200만 토큰, 2.5 Pro가 100만 토큰을 지원합니다.
기억 용량이 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대한 정보 속에서 필요한 내용을 얼마나 정확하게 찾느냐입니다. Gemini는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Needle in a Haystack, NIAH)’라는 시험에서 99%가 넘는 거의 완벽한 정확도를 증명했습니다. 이 테스트는 수북이 쌓인 방대한 정보 속에서 아주 작은 특정 정보 하나를 정확히 찾아내는 능력을 평가합니다. Gemini의 높은 정확도는 법률, 금융, 과학 연구처럼 사소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전문 분야에서 AI를 믿고 사용하는 신뢰의 증표라 할 수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AI
Gemini의 강력한 기억력은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Gemini 기반의 AI Studio가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을 보면 이 기대가 머지 않아 현실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기능이 실시간 스트리밍입니다. Google AI Studio가 제공하는 실시간 스트리밍(Real-time Streaming) 기능은 AI와 소통 방식을 또 한 번 바꿔 놓았습니다. 사용자가 모든 요청을 끝내고 답변을 기다리던 기존의’요청-응답’ 방식에서 벗어나 일이 벌어지는 바로 그 순간에 AI와 끊김 없이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실시간 스트리밍은 마치 영상 통화를 하듯이 사용자의 비디오와 오디오를 AI에게 실시간으로 보내고 동시에 AI의 답변을 받아보는 기술입니다. 높은 반응 속도로 마치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합니다. 사용자가 말을 하는 도중에 AI가 끼어들지 않고 기다려주거나 대화 도중에 AI의 말을 끊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를 기업 현장에서 활용하는 시나리오는 무궁무진합니다. 가장 쉽고 바로 와닿는 예를 들어 볼까요. 고장 난 기기를 스마트폰으로 비추면 AI가 화면을 보며 수리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주는 대화형 고객 지원, AR 안경을 쓴 현장 기술자에게 작업 순서를 실시간으로 안내하는 원격 작업 보조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써보면 바로 느껴지는 잠재력
살펴본 바와 같이 멀티모달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AI는 더 이상 글자만 아는 조력자가 아니라 보고 듣고 말하는 통합적인 지능 파트너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구글의 Gemini와 AI Studio는 방대한 정보를 기억하는 롱 컨텍스트와 현재를 함께하는 실시간 스트리밍이라는 날개를 달아주며 우리가 AI를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을 무한히 넓히고 있습니다. 아직 사용해보지 않았다면 지금 바로 Gemini와 AI Studio를 써보세요.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문제들을 해결하고 세상을 바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할 무한한 잠재력이 느껴질 것입니다.